최근 퉁퉁이와 비실이 (거북이)로 인해 물생활 (수조를 운영함)에 입문하였다. 물생활! 그것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목마름을 호소할 때 발견한 단 한 모금의 물과도 같이 무료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무언가에 흥미를 느끼거나 궁금증이 생기면 파헤치는 성격 덕에 물생활의 시작은 내게 무수히 많은 의문을 안겨주었다.
거북이를 키우는데 어찌 가재 이야기를 하냐고 물어본다면 거북이도 물에 살고 있는 생물이고 가재도 물에 살고 있는 생물이니 내 기준에선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답하겠다. 사실 사육하는 입장에서는 뭍에 사는 생물과 물에 사는 생물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블 가재[1]
여담은 여기까지 하고 과학 기술 발달의 상징과도 같은 인터넷을 통해 여러 가지 의문점을 해소하던 중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다. 마블 가재 (미스터리 가재, 대리석 무늬 가재)라고 불리는 가재는 단 1마리만 키워도 무한히 증식하여 나중에는 그 수를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단성생식 (단위생식, 처녀생식: 정자에 의한 수정 없이 배아가 성장, 발달함.)을 통해 번식을 한다고 한다! (난자의 염색체가 극체와 결합하여 두벌이 되어 수정란이 됨. 즉, 단위생식을 하는 모든 생물은 암컷임.) 그동안 이러한 클론을 만드는 것은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나 배웠던 유글레나의 이분법이나 버섯의 포자 법 등과 같은 것만 생각했는데 이 녀석은 무척추동물이지만 단성생식을 한다고 한다! (나중에 조사를 통해 이러한 예는 생각보다 많이 찾을 수 있었다.) [1]
토종 개체들을 위협하고 있는 마블 가재 [2]
토종 개체들을 위협하고 있는 마블 가재 [3]
미국의 애완동물 상인이 독일로 수출한 이 녀석은 수컷 없이 스스로 번식하여 한번에 수백 개의 알을 낳았다. 이렇게 엄청난 번식력에 이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는 녀석의 식성은 고작 10년 만에 마다가스카르와 일본에까지 나타나 토착종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 역시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하여 수입이 금지되고 있다. 현재 거래 및 분양되고 있는 모든 녀석들은 모두 개인이 길러 번식시킨 개체들이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계속해서 클론을 생성한다면 기원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모든 유전자가 동일한 전 세계의 마블 가재 [4]
독일의 Frank Lyko 박사는 독일에 서식하는 마블 가재를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모은 15 종류의 마블 가재 유전체를 서열화하는 데 성공한다. 이에 마블 가재의 계통적 기원은 플로리다 조지아에 서식하는 한 갑각류 종 (프로캄 바루스 팔락스 종)으로 추정했다. 또한 전 세계 마블 가재의 유전체 서열에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우연히 자기 복제 능력이 생긴 (진화한) 단 한 마리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유래했다고 추정했다.
일반적으로 유성생식은 정자, 그리고 난자 각각의 성염색체 1개가 만나 2개의 성염색체를 가진 개체 2 배체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마블 가재의 성염색체는 3 배체를 이루고 있다. 이에 과학자들은 우연히 2개의 성염색체를 가진 돌연변이 마블 가재가 정상적으로 1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는 마블 가재와 결합하여 3배체의 개체를 낳았다고 추정했다.
당연히 무수정 단성생식을 통해 번식한 개체는 동일한 염색체를 가진 클론이다.
추가로,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자연이 아니라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온 다양한 종이 한데 모여 있던 독일의 한 수족관에서 일어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
종 자체가 달라진 마블가재 [5]
일반적으로 단성생식은 유성생식에 비해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므로 생존에 불리하다. 새로운 병원체라도 침입하게 된다면 종 자체가 위험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블 가재는 유전적 다양성을 이미 충분히 확보하여 다양한 환경에 완벽히 적응하여 토착종들을 위협하고 있다.
아무리 마블 가재가 귀엽다고 (?) 하여도 왜 이렇게 주목받는 것일까? (유일한 단성생식 갑각류도 아니며 식물이나 일부 동물에서는 이미 흔한 다배수체이다.) 그것은 바로 마블 가재가 종의 분화를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마블 가재의 원래 종인 수컷 가재가 정자를 뿌려도 암컷의 클론만 나올 뿐 절대 수정이 되지 않는다. 이미 종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이에 마블 가재는 새로운 학명인 '프로캄 바루스 팔락스 포르마 비르기날리스'로 불리게 되었다.
여담으로 단성생식을 하는 개체는 전갈 대벌레 물벼룩 등이 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 중에서는 붕어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붕어의 경우 새로운 환경을 개척하려는 성향이 강한데 이때 암컷, 그리고 수컷이 짝이 맞춰 진출할 확률은 높지 않다. 이때 붕어가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방법이 바로 '복제 번식'이다. [7]
민물낚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생각해보라! 계속 낚고 있는 붕어가 다 고놈이 고놈 같지는 않았는지! 실제로 유전자가 동일하기 때문에 고놈이 고놈이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이런 가재를 키워서 거북이 먹이로 주면 어떨까? 인터넷에 마블 가재를 검색하니 개체당 5천 원~1만 원이나 한다. 한 번에 몇백 개의 알을 낳는다고 했으니까 산란 주기는 모르지만 한 번에 수백만 원이다. 사육 난이도는 하로 알려져 있다.) 마블 가재를를 찾는 수요만 뒷받침된다면 아예 마블 가재 양식 사업에 뛰어들어도 될 판이다. 물론 수요가 적기 때문에 사료값이라도 충당하기 위해 높은 시세가 책정되어 있을 수도 있다. 가격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
인간도 나중에는 이러한 단성생식을 할 가능성이 있을까? 인간으로 생각하면 마블 가재는 월경 주기마다 산란을 하게 되는 것일까? 만약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유전자가 동일하게 된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오로지 영향을 받는 것은 환경적 요인밖에 없으며 모든 인간은 동일한 외형을 갖고 동일한 지적 수준 및 신체적 능력을 갖게 된다. 마블 가재가 여타 가재와 다를 바 없이 동족 포식 등을 하므로 인간 역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상황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구별하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만들지도 모르겠다.
[1] https://namu.wiki/w/%EB%8B%A8%EC%84%B1%EC%83%9D%EC%8B%9D#fn-1
[2] https://www.nature.com/news/2003/030217/full/news030217-9.html
[3]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1624-y
[4] https://www.sciencemag.org/news/2015/08/crayfish-create-new-species-female-superclones
[5]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9-018-0467-9
[6] http://lg-sl.net/product/scilab/sciencestorylist/SCSC/readSciencestoryList.mvc?sciencestoryListId=SCSC2018040022
[7]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8632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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